어떤 심해 생물들은 왜 이토록 거대해졌을까? [심해거대증]

2023. 4. 9. 18:02카테고리 없음

어떤 심해 생물들은 왜 이토록 거대해졌을까?

<출처> 과학드림 [Science Dream] YouTube

바다는 지구의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만 밝혀진 미지의 공간입니다.

특히, 우주 탐사만큼이나 어렵다는 심해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아마 옛사람들이 리비아탄이나 크라켄과 같은

바다 괴수들의 존재를 상상했던 것도

이런 미지에서 비롯됐을 테죠.

심해의 기준을 명확히 정의 내리긴 어렵지만,

4000미터에서 6000미터 이상을 심해저대로

보통은 분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상부 심해어대까지

'심해'로 분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심해는 과거 사람들의 생각처럼

낯설고 괴상한 생물들로 가득합니다.

지구에서 가장 긴 경골어류인 거대 갈치부터

발광 미끼를 달고 사는 심해 아귀와

긴 이빨을 지닌 귀신고기

키메라로 불리는 독특한 생김새의 상어

4,000미터에선 붉은빛을 뽐내는 아톨라 해파리

심해 바닥에선 해삼이 바닥 청소를 하는 등

온갖 낯선 생물들 천지입니다.

게다가 심해 5,000미터쯤에는

이렇게 몸에 얼굴이 깊숙이 파묻힌

얼굴 없는 물고기가 살기도 합니다.

심지어 그 어떤 생물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수심 8,000~10,000미터의 초심해대에도

시체나 작은 갑각류를 먹고사는

스네일 피쉬 그리고 새우를 닮은 거대 단각류

알리셀라 기간테아 등이

그 어두운 환경에서도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신기한 점들은

심해에 살지 않는 친척 종보다

몸집이 보통 거대합니다.

심해 등각류는 육지에 사는 쥐며느리 같은

등각류와는 다르게 압도적으로 크며,

심해 대왕 오징어는 이미 유명해서

보통의 오징어들보다 말할 필요 없이 크며,

상어 중에서도

심해에 사는 그린란드 상어나

넒은주둥이상어는 7~11미터의 몸길이를 자랑하며,

보통의 상어들보다 몸집이 더 큽니다.

아까 말한 거대 단각류 '알리셀라 기간테아'는

자라봤자 2cm 정도인 일반적인 단각류와 달리

30cm 이상으로 자라기도 합니다.

이처럼 심해 생물들의 몸집이 커지는 현상을 가리켜

'심해 거대증'이라 일컫는데요.

왜 그들은 이토록 거대해졌을까요?

일반적으로 심해는 수압이 높아 생물의 몸이

쪼그라들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체내 성분이 대부분 물로 이루어진 녀석들에겐

이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특히 심해 생물들은 부레에도 공기 대신

기름을 채우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수압 때문에

부레가 쪼그라드는 일도 없습니다.

즉, 수압은 심해 생물들의 크기와는 큰 상관이 없죠.

일각에서 심해 생물들은 부력 덕분에 중력의

제한으로부터 벗어나게 돼

몸집이 커졌다고 말합니다.

지난 2018년 스탠퍼드대학교의 고생물학자인

윌리엄 박사는 이를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중력을 덜 받는 환경은 신체가 커질 수 있는

충분조건일 뿐 반드시 커져야만 하는 선택압은

될 수 없다며, 실제론 '낮은 온도'라고 주장했습니다.

몸집이 커지면 부피 대비 표면적이 작아지기 때문에

열이 덜 방출되고, 따라서 낮은 온도에서는

큰 몸집이 유리하다고 밝혔죠.

즉, 육지에서 고위도로 갈수록 생물의 몸집이 커지는

'베르그만의 법칙'이

바다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또 해양 포유류를 예로 들며,

고래, 매너티, 물개 등은 바다에 적응하면서

육지의 친척 종보다 몸집이 수십 배나 커졌는데,

이 역시 체온 유지를 위한

진화적 적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해달을 꼽았습니다.

해달은 바다 생활을 하는 포유류 중

몸집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종으로,

이는 몸에 난 털이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시키기 때문이라고

주장이었습니다. 굳이 몸집을 키워가며

체온 유지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의문점 역시 꽤나 많습니다.

낮은 온도에서 거대화가 이뤄지는 것은 주로

'포유류' 같은 항온동물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라

심해의 다른 동물들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심해 일정 깊이부터는 온도가 거의

변하지 않기 때문에 무작정 낮은 온도로 인해

몸집이 커진다는 건 다소 애매한 주장이란 것입니다.

이에 듀크대학교의 해양 생태학자인

크레이그 맥클레인 박사는

심해 생물이 커진 또 다른 요인으로

'용존 산소량'을 꼽았습니다.

이 그래프에서 보시다시피 심해로 갈수록

수온이 낮고 수압이 높아

'용존 산소량'은 증가하는데,

맥클레인 박사는 산소가 많은 환경에선

세포의 크기와 숫자가 증가하기 때문에

몸집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죠.

실제로 여러 바다 달팽이들을 연구한 결과

바다 깊이가 2,000~4,000미터로 깊어질수록

용존 산소량은 20%가량 늘어나는데,

이때 바다달팽이들의 몸집이 평균 3~4배가량

커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추가로 생물학자 케빈 젤니오는

심해 등각류에게 상당한 지방을 축적한다는 것을

토대로 몸집이 클수록

지방을 저장할 공간이 많아지고

이는 먹이가 적은 심해에서 오랫동안 에너지를

비축하는 데 유리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내세운 바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과학원의 해양학자인 지안하이 교수는

등각류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

지방을 느리게 분해하게 하는

유전자와 효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한편 영국의 로이드 펙 박사는

심해는 표층보다 포식이 10배나 적게 일어나기에

심해 생물들이 자연스레

몸집이 커졌다고 주장했으며

먹이가 부족한 심해에선 먹잇감을 찾아 이동하거나

위로부터 떨어지는 부유물들을 최대한 많이

먹으려면 아무래도 몸집이 큰 편이 유리하기에

심해 거대증 현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습니다.

자, 이쯤에서 궁금증입니다.

몸집이 커지면 커질수록 신진대사율도 커지는데,

먹잇감이 적은 심해에서

큰 몸집은 불리한 것 아닌가?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질량에 따라 비례하는 것은 맞지만,

클라이버의 법칙에 따라서

1:1이 아닌 1의 1/4 제곱 배로 증가하기 때문에

신진 대사량 차이는 몸집에 따라 그리 크지 않고,

오히려 코끼리와 쥐를 비교했을 때

더욱더 효율적인 신진대사량은 '코끼리'입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에너지 효율 측면 때문이라도

심해 생물들은 몸집이 커졌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게다가 많은 심해 생물들이

본인의 무게에 비해 훨씬 낮은 대사율을 가집니다.

남극에 사는 거대 오징어의

신진대사율을 조사했는데,

약 500kg의 개체가 하루에 필요한 먹이양은

고작 '30g'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는 체중이 비슷한

고래들보다도 현저히 적은 수치입니다.

그리고 로사 박사는

거대 오징어의 에너지 소비량 또한

고래보다 300배나 적다고 밝혔습니다.

뿐만 아니라 거대 등각류들은 '5년'이나 먹지 않아도

생존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물론 이들은 언제 먹이를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기에

한 번 발견하면 미친 듯 먹어 치웁니다.

앞서 말한 낮은 신진대사율 때문에

심해 생물들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고

덩달아 수명도 길어집니다.

엑서터 대학교의 생물학자인

칼룸 로버츠 교수는 여러 종의 띠볼락들을

조사한 결과 깊은 곳에 사는 종일수록

위 표처럼 기하급수적으로 수명이 늘어나고

오래 사는 녀석은 거의 200년을 산다는 사실을

알아내게 됩니다.

또, 그린란드 상어 역시

대표적인 장수 심해 동물입니다.

지난 2016년에 포획된 개체의 나이가

평균 400살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즉, 심해 거대증을 요약해 보자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 심해 거대 동물들은

인류와 같이 오는 '지구 온난화'

앞으로 닥칠 급변하는 심해 환경 속에서

어떻게 다시 진화를 거듭해 나갈까요?

<출처> 과학드림 [Science Dream] YouTube